Jan 8, 2012

111229 MCD- In My Head: 대중적인 젊은 한국 락커의 탄생.

일단 이 무대에서 내가 느낀 만족감을 설명하자면 이제까지 선보여진 인마이헤드 무대의 변천사를 다뤄야 할 듯 하다.

일본은 매체를 통한 대중음악의 노출 및 유통방식이 한국과 상당히 다른 관계로, 인마이헤드는 메이저 데뷔 싱글로 발매된 일본에서도 자주 방송을 탄 노래는 아니었다. 정식 무대는 딱 두 번. 그것도 하이라이트 축약된 버전이다.

첫 방송이었던 해피뮤직.

111021 - Happy Music (In My Head)


두번째 방송 뮤직페어.

111022 Music Fair - In My Head

잘 불렀지만 첫 방송들이라 조금 경직된 모습이었고, 음원에 충실한, 거의 원곡 그대로 불렀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곡을 처음 정식으로 발표하는 거였고 방송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몇 달 후 이 곡을 익숙히 들어온 팬들 앞에서 열린 콘서트에서는 상당히 다른 버전의 인마이헤드가 공연됐다. 이미 대놓고 하드락인 원곡 자체가 강렬한데도, 피파니아의 말을 빌리면 '데쓰메탈'급으로 인트로를 격하게 시작해버리거나 (12월 11일 블루스톰 앙코르 콘서트), 원곡에는 없는 'Everybody'라는 애드립을 넣고 격한 헤드뱅을 이어감으로써 첫소절부터 공연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거나 (12월 16일 요요기 콘서트).

우선 앙콘 버전에서는 공연 다녀온 팬들이 하나같이 부르짖는 '정용화 미친자';; 의 포스가 나온달까. 가진걸 최고치로 끌어올려서 다 방출해버리는 에너지의 폭발. 직캠을 보고 한동안 입을 못 다물고 계속 계속 돌려 봤다. 와...와....내가 지난 2년간 봐온 정용화라는 보컬리스트가 낼 수 있는 줄 전혀 몰랐던 소리가 무자비하게 방출? 혹은 출력? 되고 있단 느낌이었다. 성량도 아니고 성력(聲力)?이라는 단어가 혹시 있다면 더 어울릴 법 한. 포효나 사자후에 가까운. 정용화라는 보컬이 기존까지 보여주던 밀도의 300%정도를 압축시켜서 폭발시킨 느낌. (현장에서 들었던 분들은...어떻게 살아 남으셨습니까? ㄷㄷㄷ)



그리고 단 5일 후에 열린 요요기콘. 다행히 메자마시 TV에서 주요 부분을 담아 보여주었다. 5일새에 그냥 강하게 'In my head!'로 시작되던 부분 앞에 애드립 'everybody'를 넣는 바리에이션을 보여준다. 그 애드립 하나로 또 새로운 박자와 함께 재미와 박진감이 더해지는데, 곧바로 이어지는 저 헤드뱅. 아.놔. 방송영상 보다 정신줄 놓는 줄;; 극강과 중강약을 넘나드는 보컬 컨트롤과 무대를 날아다니는 쇼맨십은 그가 관객을 어떻게 흥분시켜야 하는지 얼마나 잘 파악하는 능란한 퍼포머인지를 보여준다. (콘 이후에 그렇게 올라오던 일팬들의 '욘화 에로이'라는 감상이 곧바로 이해;;;;..)



한동안 일본에서 공연을 하다가 컴백했던 정규 1집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공연에 익숙해졌던 퍼포먼스를 방송용으로 다시 맞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실제로 내가 이제껏 봐온 정용화라는 락 보컬은 방송과 공연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각 특성에 맞게 공연해왔다. 얼굴 위주의 클로즈업샷이 자주 잡히고 정식으로 음원을 홍보하는 데 쓰이는 방송의 경우, 원곡에 충실하게 깔끔하고 절제된 제스쳐의 무대를 보여준다. 이제까지 방송에서 들은 애드립은, 최소 2주 정도 음원이 홍보된 이후에야 넣는 "소리질러~!!"나 앵콜무대에서 보여주는 화음 정도? (커버곡에서는 살짝 다르기도 하다. 이번 연말무대중 하나였던 '해야'라든가.)

반면 라이브 공연에서는 확연히 다른 애드립들을 보여주는데, 새로운 추임새나 화음을 넣는다던가 하는, 곡의 재해석이라는 측면도 있고,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call and response같은 유도를 통해 관객을 계속 공연에 몰입하게 하고 함께 호흡한다. 한껏 흥이 돋궈지고 듣고 부르는 맛이 있는 이 라이브 버전을 계속 듣다 보면 오리지널 방송 버전은 시시할 정도.


(예컨대 작년 9월 25일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렸던 392콘의 'Now or Never'에서, 라이브로는 처음 선보인 오~~예-예-예!의 애드립이라던가.)

흥미로운 부분은, 이제는 라이브에서 닳고 닳게 부른 외톨이야나 러브 등의 '히트곡'들을 방송에서 다시 부를 때면 공연에서의 애드립들이 약간은 들어간다는 거다. 그리고 그 애드립들은, 실제 공연에야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방송 버전의 라이브감을 조금 살려주면서 훨씬 흥겹게 해 준다. 외톨이야의 "1,2, 소리질러~"나, 직감의 "컴온 에브리바디~"라던가.

아무튼간, 서두가 심하게 길었다.

다시 이번 엠넷 방송으로 돌아가자면, 이렇게 팬들에게는 이미 원곡-라이브감은 있되 방송의 절제된 버전-'정줄 놓은' 콘 버전을 통해 독보적인 위치를 얻고 있는 인마이헤드를 한국 대중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그런 방송이었다는 거다.

기껏해야 일본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이루었다는 헤드라인 이외에 씨엔블루의 활동을 일일히 확인하지 못했을 일반 대중에게 보여주는 첫 선. 고로 다시 원곡에 가까운 '정도'를 걸어야 했다. 그렇지만 그 쇼킹한 무대를 봐온 팬들에게는 그렇게만 불러버리면 너무 심심하게 마련. 그렇다고 콘서트때처럼 미친듯이 혼자 텐션높여서 부를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내 관전 포인트는, 과연 정용화가 그 정도를 잘 지키면서도 팬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겨줄 수 있을것인가 하는 거였다.

이것이 바로 그 무대다.


그 섬세하고 유려한 가사를 전달할 한국어 자막을 쓰지 않은 것,(캇툰의 내한무대에서 보여준 일어의 한글표기 깽판보다야 낫지만;;;) 그리고 앞서 옥상달빛이나 버벌진트가 라이브 무대를 보여줬는데도 악기라이브 여건이 안 되었던 것 (사녹인데 왜???) 등등의 몇 가지를 제외하면 굉.장.히. 맘에 든 퍼포먼스였다. KBS 가요대축제의 '젊은 태양' 커버와 함께 이번 연말 무대 중 가장 마음에 들고,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씨엔블루의 곡이 방송에서 제대로 불려져서 좋았다. 같은 방송 버전이지만 일본에선 좀 긴장한듯 했는데 한국이어서 그런지 좀더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이미 좀 더 불러본 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보컬을 방송용으로 절제하면서도 에너지를 충분히 강렬하게 내뿜는 걸 보고 놀랐다. 이 곡을 처음 접하거나 락 취향이 아닌 대중에게도 위화감 없을 듯한 깔끔함. 그럼에도 하드락의 느낌이 충만했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강하게 긁어올리는 쇳소리와 부드럽게 조절하며 이어가는 비브라토. 3:46쯤, 절정으로 치달아서 파워풀하게 내뿜는 ぶれることない希望よ-!! 에서는 전율이 쫙-.

보컬 외적인 것도 뭐라고 할 군더더기가 없다. 카메라에 시선처리도 제대로고, 뭐 이건 데뷔 첫방부터 너무 프로라서 웃길 정도였지만. 카메라 앵글과 거기에 잡힐 자신의 얼굴 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언제 어떻게 눈을 감는 것이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확실하게 알고 있다. 표정 하나로 시청자를 곡에 순식간에 몰입하게 하고, 위에 언급한 절정 부분에서는 팔을 양쪽으로 쭉 뻗으면서 곡의 정점을 장악해버린다.

콘서트에서는 온 몸으로 날아다니면서 공연장 전체를 열광시켰던 사람이, 방송에서는 정확히 계산되고 세밀한 보컬과 몸짓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겨 버리는 저 능수능란함이란. 보다가 혀를 내둘렀다.

독하다. 정용화란 퍼포머는. 그리고 참 영민하다.

한국에서 락을 이토록 정통적으로 해 내면서, 메인스트림 엔터테인먼트의 소비형태에 딱 맞는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는 대중적인 락커가 탄생하는 걸 눈앞에서 지켜보자니...뭔가 벅차기까지 하다. 그것도 아이돌 밴드에서 말이다. 이전까지 아이돌 밴드가 '락통령'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했다면, 지금의 그는 훌륭한 완성형 락커다. 메이님의 말씀을 빌자면, "하산하라~"^^ 그리고, 무림을 평정하라~^^

자신의 곡으로 활동하지 못했던 이제까지의 한국 활동은 모두 전초전에 불과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곧 다가올 3월이 기다려진다.

5 comments:

  1. 님 오타가 요코하마 아레나는 9월25일.
    in my head는 음원으로 듣는것과 방송에서 듣는것과 콘서트에서 듣는것 각각의 느낌이 엄청나게 달라서 이게 다 같은곡이 맞아? 할정도죠. 그중에서도 단연최고는 콘서트버전! 악기라이브가 가능하고 정용화 본인이 하고싶은대로 퍼포먼스를 보여줄수 있으니까 아티스트 자신이나 듣는 관객이나 더 곡에 흠뻑취해 달아오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정작 일본에서도 보지못했던 풀버전을 볼수있었다는 점에서 MCD 정말 좋았고 잠깐이나마 이 명곡을 국내에 알릴수 있었다는 점에서 연말가요제도 좋았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을 접하고 좋아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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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느냐 물으시니 10일날 제가 트윗에 남겼던 감상이 생각났어요.
    今日のCNBLUEコンサートでヨンファのIn My Headが耳にする瞬間私は私の霊を失いました。私の血が私の心臓にではなく彼の声によって巡るような気がしました。すご~~い。
    '데쓰'의 기운은 11일이 더 강했지만 제가 받은 충격은 무방비 상태였던 10일이 훨씬 컸죠. 그날 'in my head'를 듣는 바로 그 순간, 관념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숨이 멈추고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너무 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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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익명/ 앗. 제가 날짜를 사실 잘 기억하지 못하곤 하는데 실수했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저도 콘서트의 미친자 버전이 가장 좋습니다.ㅋㅋ MCD는 방송에서 어떻게 구현될까 싶었던 부분이 가장 완전한 방법으로 드러난 것 같아서 정말 만족스러워요. 연말가요제는 가사가 좀 아쉬웠는데 앞으로 한국에서 어떻게 번안(되겠죠?) 될지 궁금해요. 갈수록 학예회보다 못한 수준이 되어가는듯한 그 연말가요제의 홍수속에서 누군가는 그를 알아봤기를 바랄 뿐입니다.

    메이/아. 맞아요. 용화로 검색하다가 그 트윗을 보고 메이님을 처음 팔로하게 됐던 듯. 아. (부러워요ㅠ.ㅠ) 그러고 보니 10일자는 제대로 들어보질 않았네요. 저는 11일을 먼저 접하고 그게 워낙 파괴적이었어서. 들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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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IMH 만큼 라이브로 꼭 들어야 하는 노래는 없었던 것 같아요. 매번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노래죠. 한국 콘서트나 오사카나 요요기 모두 들어봤지만 다 다른 느낌이었어요. 음향의 차이가 아닌 그때 그때 다른 느낌이 묻어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부정적인 차이는 아니고 오히려 원래 가진 맛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향신료가 묻어나는 느낌이랄가... 뭐 결론적으로는 매번 라이브를 더 갈망하게 만든느 곡이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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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kiwiwitch/ 그러고 보니 첫 무대도 사실은 방송이 아니라 392였고, 제프 무대들을 빼놓기도 했군요 (제프는 전 녹음본도 없으니까요 흥쳇ㅋㅋ). 첫 무대도 그 나름의 맛이 있었는데 말이예요. ㅎㅎ 메탈 버전의 전초전이랄까.

    인마이헤드도 물론 그렇지만 씨엔블루는 저스트플리즈나 타투를 봐도 그렇고, 매번 큰 라이브때마다 조금씩 레파토리에 변화를 주는 게 정말 볼만하죠. 아 이 곡은 라이브로 많이 봤으니까-싶으면 또 변주를 주고 말이예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인마이헤드와 웨어유아가 정말 기대됩니다.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건간에, 지켜보던 이들로 하여금 다음 라이브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밴드가 됐다는 게 2011년 씨엔블루가 이루어낸 가장 중요한 진화가 아닌가 싶어요. 블루스톰 첫날과 둘째날, 그리고 조금 더 흘러 앙콜 콘서트로 넘어가는 과정 중간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 같은데 말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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